태어남태어났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때, ‘그저 태어났기 때문에 사는 것’ 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 같다. 상당히 비관적으로 느 껴지지만 사실 맞는 말인 것도 같다. 태어나는 것은 아마 내 삶에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최 초의 일이 아닐까. 그런데도 우리는 그 일을 축하받는다. 내 의지가 아닌데, 우리는 존재하는 것 자체로 축하받 고 축하할 일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인 일인 것도 같다.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태어 남’을 얻었으니까 말이다. 갑자기 생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12월과 2월에는 유독 생일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 다. 물론 아주 주관적인 일이지만 말이다. 생일이라 좋은 점은 ‘우리가 정말로 오랜만’ 이라는 것을 모른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대뜸 전화해 생일 축하를 하고, 안부를 물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이다. 평소에 연 락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인 나에게 어찌 보면, 감사한 날이기도 하다. 친한 사람들의 생일을 축하하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생일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 그래 서 어떤 날엔 어떤 사람이 생각난다. 우리가 시간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1년 중 하루는 내 거고, 어떤 하루는 네 거다. 온전하게 나나 네 것인 그 하루에, 우리는 축하를 건네며 진심을 알린다. 어릴 적에는 ‘생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학교에서는 누군가의 생일이면 성대하게 생일을 치러주고는 했는데, 학교 복도에 과자 봉투를 놓아 길을 만들어 주거나, 과자로 가방 도 만들어주고 별의별 파티가 다 있었던 것도 같다. 학창 시절에 그렇게 획일화된 교복 사이 에서도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찾던 청소년들에게 생일은 특별한 날로써, 특별한 사람으로 축하받았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주로 손 편지를 건넸다. 매일매일 만나, 떠들던 친구들에게 또 무슨 할 말이 있었나 싶기도 한데, 우리는 생일자의 편지에는 더 특별한 말을 적었다.일상적인 말보다는 낯간지러워 하지 못하는 진심이 살포시 담겼달까.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 지 몰라도 ‘우리 평생 친구하자‘라는 말은 그 편지에 자주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느끼 는 거지만 제일 어렵고 힘든 약속이다. 매일 만날 수 있었던 그때와는 달리, 요즘은 시간을 내서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 그러다 보니, 조금 불편한 관계는 애써 편해지려 노력하지 않았 고, 세월이 흘러 10년 친구가 어딘가 낯설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때, 베스트 프렌드라던지, 짱친이라던지 그런 유치한 말을 쓰던 손 편지의 그 감성들이 그리워지고는 한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생일도 2월이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보니 평소엔 엄마, 아빠!하고 부르면서 글에는 어머니, 아버지라고 꾸며내는 게 조금 우습다. 엄마, 아빠 생신 편지에도 그렇다. 일 년에 하루는 사랑한다고 말해본다. 평소엔 쓰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생일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축하하거나 받는 날이지만, 어느 누군가는 생일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삶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는 알 수 없겠 지만, 생일이 달갑지 않다면, 그들에게는 생일이 아닌 모든 날을 축하하고 싶다. 그냥, 어느 하루나 어떤 하루들이 누군가의 삶에서 특별한 일이 없었음에도, 좋은 날이며, 축하받는 날이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