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드디어’라고 해야 할지,‘재수 없게도’라고 해야 할지,‘기어코’라고 해야 할지. 수많은 수식어들이 생각이 났지만 어찌 되었든,분명한 사실은 걸려버렸다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코로나에. 2022라는 숫자가 낯설어 자꾸만 달력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긁적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벌써 어색하게 3월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3월의 월간 에세이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3월이면 떠오르는 새 학기(새 학기 타령하기엔 좀 어색한 나이지만)에 대해 쓸까, 부쩍 따듯해진 날씨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 패딩 점퍼에 관한 이야기를 쓸까 하던 무렵, 이상하게 목이 칼칼해짐을 느꼈다. 맥주 ‘코로나’보다 바이러스 ‘코로나’가 더 유명해진 지 벌써 2년이 지나가고 있었고, 결국 나는 확진 격리대상이 되었다. 혼자 사는 게 아닌 터라, 나의 모든 생활은 방에서 이루어졌다. 부모님이 “야! 코로나 19!” 하고 죄수번호처럼 나를 호명한 후에 방으로 음식을 넣어줬고, 어쩔 땐 앉았다가, 어쩔 땐 누웠다가를 반복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처럼. 생각보다 갇힌 삶은 고역이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기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의로 혼자인 것과 타의에 의한 혼자는 확연히 달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햇빛은 새삼스러웠고, 해가 지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고독의 시간을 즐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목이 칼칼해 침을 삼키기가 어렵고, 콧물은 계속 흘렀고, 휴지는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이 전에는 얼굴을 덮는 답답한 마스크 외에 나의 일상에서 크게 변화라고 생각될만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아침 8시에 일어나, 칫솔을 입에 물고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따위의 고민을 하는 여느 날의 반복이었다. 유투브에서는 코로나 실직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펜데믹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지만 나와는 조금 멀리 있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와닿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죽음이었다. 비록 얼굴도 알지 못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친구의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친구의 지인은 아버지를 잃었다. PCR을 받으러 간 병원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신 엄마를, 역시 코로나에 결려 영안실에 들어가지 못해 밖에서 자신의 엄마를 기리며 울고 있는 내 또래의 사람들을 보았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 주변 사람들, 혹은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잃고 있었다. 확진자 000명, 사망자 000명, 위중증 환자 000명 매일 같이 오는 재난 알람은 재난 알람이라고 하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마치 카톡이나 문자같은 느낌을 주었다. 일상이 재난이라, 그게 일상인지, 재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탓이었다.친구의 할머니가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 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재난 알람은 울렸다. 사망자 000명. 내 친구의 할머니가, 누군가의 아버지가, 누군가의 어머니나 동생, 즉 사랑하는 사람들이 숫자 안에 있었다. 50, 40, 60 이런 숫자에 익숙해진 나머지 50 안에 1이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재난이 일상이라, 그 일상에 익숙해져간다는 것은 완전한 사치였다. 평범한 일상,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그 기준을 누가 정하는지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원한다. 나 또한 그렇고. 재난이 다시 재난이 될 수 있게 (물론 없었으면 좋겠지만) 평범한 일상이 오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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