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민 손이 부끄럽지 않도록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일텐데, 그동안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도 또 받는 것에도 인색했던 것 같다. 굳이 따져보자면 내가 도움을 주는 쪽이 훨씬 마음이 편했고,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괜찮아요, 제가 혼자서 할게요’ 라는 말을 반사적으로 내뱉었다. 그 안에는 사실은 나는 도움이 필요없고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과 함께 홀로 싸워 경쟁해야한다는 비장함 같은게 서려있었다. 한번 사는 인생, 뭐 그렇게 혼자 힘 주고 살았을까, 내가 다른이들의 도움을 거부하는 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 조차 내밀지 않겠다는 개인주의적인 발상인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경우도 정말 많다. (이미지 출처- Google, The helping hand, 에밀 라누) 사실 이 곳에서 생활하며 크고 작은 도움을 매일같이 받았다. 시드니에서 농장으로, 또 다시 농장에서 시드니로 지역 이동을 할 때와 이 곳에서 다시 나의 보금자리를 꾸리고 적응할 때에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을 크고 작은 선의들과 인간적인 연대들이 채워주었다. 공감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연대는 도움을 구하는 쪽도 도움을 주는 쪽도 어느 하나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매일같이 우연처럼 이어지는 크고 작은 선의의 릴레이는 나를 더 진실된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공항에서 만나 허리가 아픈 나를 위해 여행 내내 짐을 들어준 옆자리 승객, 허리가 아픈 나를 위해 함께 허리 보호대를 사러 가준 친구, 예약이 어려운 카이로프랙틱(물리치료 같은 것)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준 언니, 시골 생활 내내 어느 댓가도 바라지 않고 내 발을 대신해 차를 운전해준 오빠(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사이사이 거처를 마련해주고 정신과 몸을 풍요롭게 채워준 사람들. 과연 나는 이 선의들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이 선의들을 돌려주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스스로의 자존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들의 선의를 거절해왔는지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이 아팠고, 부끄러웠다. 빨리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가라 아무리 에너자이저이고 열정만수르라도, 아무리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이 세상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딱 한 명이 한 정도의 범위일 것이며, 얼마 안 가서 지쳐버릴 체력을 가진 단거리 경주에 불가할 것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을 오래오래 해나가려면 함께 시작하고 서로를 북돋아주는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스스럼없이 도움을 구하고 도움을 받는 것일 지도 모른다. 12월 초, 나는 시드니에서 차로 여섯시간 떨어진 오두막 안에서 랩탑에 의지해 집을 찾고 있었다. 랩탑을 두드려 얻을 수 있는 것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먼저 한 누군가가 아주 친절하게 적어둔 정제된 지식이거나(그나마 가장 도움이 되는), 아니면 날것의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들 정도였다. 실제로 이 곳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소하면서 중요한 것들, 예를 들면 어느 동네의 분위기가 어떻고 그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와 같은 정보는 랩탑 안에 있지 않았고, 직접 부딪히며 하나씩 배우거나 먼저 이 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에게 물어야만 했다. 내가 서치한 집들을 추리고 추려서 나보다 이 곳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물었고 그들은 걱정과 우려를, 그리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주었다. 검트리(Gumtree)와 플랫메이트 파인더(Flatmate finder)를 뒤져서 혼자 찾은 A라는 집은 생활 반경을 고려한 위치, 집의 외관과 집세는 만족하지만 사실은 마약 거래가 잦은 위험한 동네에 위치한 집이었다. 성별도 국적도 문화도 다른 플랫메이트들과 살아야하는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는 없는 집이었다. 그에 반해 친구들이 찾아준 집은 안전하고 깨끗한 동네에 위치한 한국인 크리스찬들이 생활하는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집, 주변에 한국 음식점과 카페들이 늦게까지 문을 열어 안전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조깅도 할 수 있도록 주변에 공원과 호수가 있는 집이었다. 나는 그렇게 호주에서 일곱번째 집을 구했다. 지금까지 모든 걸 혼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면서 몸과 마음에 크고 작은 외상들이 꽤 많았다. 선의는 다른게 아닌데, 내 자존심 챙기느라 얻은 것이 무엇인가. 나 또한 좋은 것을 보면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맛있는 걸 먹으면 신나서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게 되고, 또 혼자 먹을 때 보다 맛있는 걸 둘이 먹으면 몇배로 더 행복하니까. 나의 도움으로 누군가가 어려운 고비를 넘긴다면 나 또한 너무 따듯하고 행복한 상태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그걸 나 혼자만 누리려고 했다니. 이제는 마음에 치고 있던 울타리를 서서히 허물어봐야겠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그리고 더 오래 나아가는 것. 더욱 단단하고 굳건한 연대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렇게 개인주의의 벽을 허물고 한낱 여름밤 꿈에 불과한 것들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가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하루종일 2021년 달력을 만들었고 좋아하는 사람과 매일 좋아하는 것을 먹으러 다니는 호시절의프리워커 그레이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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